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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에 담긴 과학

김장에 담긴 과학

겨울의 반 양식, 김장김치

2012년 11월 23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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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먹을 김치를 한목에 담가두는 일. 바로 '김장'이다. 최근 김장철을 맞이해 많은 가정에서 김장을 담그고 있는데, 이 김장에도 여러 과학적인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사실 김장은 한국에서 늦가을에 행하는 독특한 주요 행사이며, 그 역사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겨울의 반 양식, 김장김치

김치는 효용성이 큰 필수식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지역과 어느 가정에서든 담가 먹는다. 언제부터 김장을 하고 김치를 저장하는 풍습이 있었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동국이상국집」에 무를 소금에 절여 구동지에 대비한다는 구절이 있고, 또한 고려시대에 채소가공품을 저장하는 '요물고(料物庫)'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어 조선시대에서 쓰여진「동국세시기」*에는 봄의 장담그기와 겨울의 김장담그기는 가정의 중요한 일년계획이라는 말이 있으며,「농가월령가」*중 시월령의 김장담그기가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당시 전국적으로 퍼진 풍속으로 보인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이유 

김치를 양념에 버무리기 전에 배추나 무를 소금에 절이고 시작하는데, 소금에 배추를 절여놓으면 얼마 후 물이 빠지고 배추가 쭈글쭈글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삼투 현상*' 때문이다. 

배추의 경우에는 소금을 뿌리면 세포막 내부보다는 세포 밖의 농도가 더 높아져서, 세포 내에 있는 물이 빠져나오게 되는 것이다. 식물세포 내에서는 액포*가 발달돼 있기 때문에 물이 더 많이 빠져나오게 된다. 

굳이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이유는 바로 배추 내에 있는 유해한 미생물이나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막아 겨우내 배추가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생물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과 적절한 온도, 에너지원이 필요한데, 배추의 내부에서 삼투현상을 통해 물을 제거하면 해로운 세균이나 미생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 

따라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김치가 썩지 않고, 오랫동안 잘 익는 것이다.

▲ 무는 김장 김치를 담글 때 꼭 필요한데, 그 이유는 상큼한 맛도 나지 않을 뿐더러 익기도 전에 김치가 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무에는 배추나 다른 양념 어디에도 없는 유산균의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있어 김장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유산균이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  ⓒScience Times

유산균의 보고, 김장김치

김치, 특히나 김장 김치는 유산균의 '소우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장 김치에서는 다양한 유산균을 발견할 수 있다. 김장김치를 막 담가 놓으면 그 속에서 잡균과 유산균의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된다. 잡균의 경우, 산소가 포함된 공기를 좋아하지만 유산균은 산소를 싫어한다. 

그래서 막 담근 김치와 국물 속에서는 산소가 많지만 금방 소진되며, 처음에 번성하던 잡균은 산소의 결핍과 동시에 유산균의 번성으로 인해 사라지게 되고 그 자리는 유산균이 남게 된다. 유산균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병원균과 유해세균의 생육이 저지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균이다. 

항비만 효능이 있는 김치

김치 속의 유산균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알려져 있다. 2010년에는 세계최초로 김치와 천일염에서 분리한 유산균 균주가 항비만 효능이 있는 아미노산 물질인 오르니틴(Ornithine)*을 생산한다는 것을 우석대학교에서 농림기술개발사업의 R&D 과제를 통해 밝혀낸 바 있다. 

이 연구팀은 김치에서 분리되는 균주가 오르니틴을 생성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세포실험을 통해 지방세포의 중성지방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하고 지방산과 중성지방의 합성에 관여하는 단백질과 효소의 농도를 낮추는 항비만 효능이 있음을 미국 애너하임에서 개최된 '실험생물학 (Experimental Biology) 2010'에서 발표했다.

한국의 김치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일본에서는 '기무치'가 나오고 중국에서도 발효김치가 나왔다. 하지만 일본의 '기무치'는 살짝만 절이고, 거기에 염소 소독까지 하기 때문에 몸에 좋은 유산균이 거의 없다. 중국산 김치의 경우, 유산균 종류가 한국과는 다르다. 아무리 주변에서 따라하려고 해도 한국 김치에 있는 '유산균'은 따라오기가 어렵다. 그만큼 한국 김치는 건강에 좋다고 할 수 있다.

*동국세시기 : 조선 후기 홍석모에 의해 연중행사와 풍속들이 정리된 세시풍속집으로 1849년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의 세시풍속을 문헌자료들과 함께 아울러서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가월령가 : 조선 헌종 때 정학유가 지은 가사로, 월령체의 장편 가사이다. 농가에서 행해진 행사와 세시풍속은 물론, 그 당시 미덕의 세목들을 엿볼 수 있으며 농가를 읊은 시가 중 양과 질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있다고 평가받는다. 
*삼투현상 : 분자의 크기에 따라 선택적으로 물질을 통과시키는 반투성 막을 경계로 하여 용액의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물이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가을철 김장을 할 때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배추의 물이 빠지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액포 : 주머니 모양의 세포기관으로 성숙한 식물세포에서 잘 발달하며 세포 안에서 수용액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막으로 싸인 거대한 세포소기관으로 세포벽과 세포 함유물과 마찬가지로 후형질에 속한다.
*오르니틴(Ornithine) : 사람과 동물의 혈장, 피부, 간 등에서 존재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근육증강과 항비만 효능이 있어 미국 등지에서는 식의약소재로 널리 사용되는 물질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저작권자 2012.11.2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