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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Obscura

A Brief Review of Contax G2

요즘들어 디지털 카메라(이후 디카)가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번거로운 절차 없이 바로 다루기 쉬운 디지털 형태의 사진을 만들어주는 디카가 요즘 들어 환영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필름이라는 매체가 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도 멋지지만, 나같은 귀차니스트라면 감성에 젖어서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사진에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디카가 더 좋다. 그렇다면 이제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당신이 왜 흔치도 않은 필름 카메라를 어렵게 사다가 쓰고, 또 리뷰까지 하는 거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아이러니의 일종이 아닐까?

Range Finder(RF)형 카메라 

RF는 말 그대로 카메라에 거리계가 내장되어 목표물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후 그에 맞도록 렌즈의 초점을 연동하여 조절해주는 방식의 카메라다. 실제로 렌즈로 필름에 맺힐 화상을 보면서 초점을 조절하는 SLR하고는 초점 방식 자체가 틀리다. 게다가 이 G2는 또 일반적인 RF하고도 조금 다르다. -그래서 G2를 RF형 카메라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 - 세계 유일의 AF방식의 RF카메라이며, 일반적인 RF와는 달리 파인더부터 다르다. 

일반적인 RF, 대표적으로 라이카 M시리즈 바디를 기준으로 하면 파인더 내에 보이는 화면의 배율은 언제나
동일하며 렌즈를 갈아 끼울 때 마다 파인더에 보이는 부분 중 실제 촬영되는 영역을 테두리로 나타내준다.
이 방식은 프레임 바깥부분도 파인더 안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해주므로, 프레임 내부의 상황변화를 미리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프레임 자체 집중하기 힘들고, 망원 촬영 시에는 배율이 너무
낮아서 프레이밍 자체가 그리 용이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하지만 G2는 다르다. G2는 프레임 라인이 뜨지 않고 렌즈를 마운트 함에 따라서 파인더의 배율도 같이
증감하여 프레임을 보여준다. 즉 SLR처럼 내가 촬영하고자 하는 프레임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파인더의 배율 변화는 렌즈를 마운트할 때 그림의 부분을 얼마나 밀어주는가에 의해 변한다.
시야율은 매뉴얼에 90%로 나와있으나 실제로는 사용하기에 따라서 약간씩 달라진다.
(시차보정 기능때문에 그렇다.)
여하튼 이렇게 함으로써 일반적인 RF와는 달리 G2는 프레임 자체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으며,
28~90사이의 광각에서 망원까지의 전 영역에서 SLR과 비슷한 촬영감을 준다.

그렇다고 G2의 파인더가 좋으냐? 그건 절대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파인더의 절대적인 밝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침침한 화면을 봐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냥 유리판
같다는 것. 일반적인 RF의 초점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초점이 조절되는 것을 파인더상에서 확인할
수 없다. 아무리 초점을 조절해도 그냥 맨 유리창 너머 밖을 보는 일종의 똑딱이 카메라 같은 G2의
파인더는 이 카메라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을 적잖이 혼란스럽게 한다. 바로 이 파인더의 문제점
때문에 G2에 적응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그러므로 G2를 사고자 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이라도
사기전에 이 파인더를 보고 자신이 적응할 수 있을지를 잘 판단해야 후회가 없다.

이러한 SLR스러운 파인더 때문에 G2는 또 한가지 별난 특징을 가진다. 일반적인 RF는 28/35/50/75/90
/135와 같이 특정 화각에 대한 프레임 라인만 보여주므로 초점거리가 연속적으로 가변하는 줌 렌즈를
만들 수 없다. 하지만 G2의 경우는 위의 레버를 잘 이용하면 프레임의 배율을 연속적으로 가변할 수
있으므로, 줌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것을 이용하는 줌 렌즈가 있으니 G Vario-
Sonnar T* 3.5-5.6/35-70가 바로 그것이다. G2인 형 뻘 되는 G1도 이 줌렌즈는 사용하지 못하는데,
G1의 롬 용량이 작아서 연속가변 하는 이 렌즈의 데이터를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하여튼 그래서 G2는 세계 유일의 진짜 줌렌즈가 있는 RF식 카메라가 되었다.


그리고 첨언하자면 광각렌즈 쓸 때 나타나는 원근감 강조효과는 파인더 상에는 안보이니까 잘 예측하고
찍어야 한다. 아니면 의도한 것과 전혀 다른 사진을 얻는다.
물론 플레어 유무도 알 수 없다. 파인더에 플레어가 꼈다고 사진에 반드시 나오는 것도 아니고,
파인더에 플레어가 없다고 진짜 사진에 플레어가 안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때문에, 후드는 언제나 필수품이다.그래도 렌즈들이 플레어 억제력이 좋아서 다행이다.)
 


G2 파인더의 정보 표시 포맷에서 가장 불만인건 조리개 수치가 안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실수로
조리개를 이상하게 돌려놓고 마구 촬영하는 경우가 있다.
파인더에서 심도를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조리개 표시는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조리개가 어떻게 세팅되었는지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RF타입의 카메라는 노리는 구멍과 찍히는 구멍이 틀리기 때문에 노리는 구멍으로 보는 화면과 찍히는
구멍으로 보는 화면이 틀리다. 이것을 시차라고 부르며 이것을 파인더상에 반영해주는 장치를 시차보정
장치 (패럴렉스 보정 장치라고도 한다.)라고 한다.
G2도 이게 있는데 시차는 일반적으로 가까운 물체를 찍을 때 커지므로 가까운 데를 노릴수록 검은
막이 좌 상단으로부터 미끄러져 내려온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저런다고 시차보정이 완벽하게 될까? 그건 아니다. 물론 저 장치덕분에 가까이서
찍은 여친의 머리를 '뎅겅~'자를 일은 없겠지만 좌상단이 가려진 만큼 우하단은 더 나와야 한다.
하지만 파인더 구멍 자체가 여유가 적기 때문에 일정 이상으로 가까워질 때는 좌 상단만 좁아지게 된다.
결국 우 하단쪽의 확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게 우 하단에 그림이 더 나온다.
하지만 여친의 머리를 날리는 것보다는 팔뚝을 좀 더 찍는 게 낫지 않을까?


G시스템의 대표적인 사기렌즈. 이정도의 가격에 이정도의 성능은 거의 사기 수준이다.
세계의 어느 표준렌즈와 맞닥뜨려도 전혀 손색이 없는 렌즈. 최고의 선예도, 최고의 발색을 보여준다.
G의 경쾌함에 최고의 화질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 렌즈. G에서 없어서는 안될 가장 G스러운 렌즈이며,
가격은 30만원대지만 감히 기백만원대의 렌즈들과 대결해도 절대 꿀리는 법이 없는 괴물렌즈이다.
절대적인 성능으로도 밀리는 법이 없지만, 가격대 성능비로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렌즈이다.
나도 여태 G45로 촬영한 결과물의 선예도와 색감에 실망을 해본 역사가 없다.
MTF를 게시하는 웹 페이지에서 그래도 공신력을 인정 받는 photodo.com에서도 캐논의 대포인
EF 1.8/200L 렌즈에 이어 2위의 광학 해상도를 가지는 것으로 랭크되어 더 유명해졌다.
photodo.com을 논외로 하고서라도 내가 본 렌즈의 광학적인 성능을 리뷰하는 거의 모든 웹페이지에서
G45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G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아니면 구입하려고 생각한다면 꼭
45mm는 써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말이 필요없다.  


G 시리즈를, 더 나아가 RF를 사용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실은 프레이밍이라는 관점에서
RF는 SLR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콧구멍만한 뷰 파인더에서 모델의 표정까지 관찰하는
것은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다. (라이카 M계열의 뷰 파인더는 그래도 G2보다는 시원하고
깨끗한 편이다.) 심도를 확인할 수도 없고, G2는 뷰 파인더에서 초점까지도 확인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교한 프레이밍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G2는 쥐약이다. 단순히 칼 자이스의
렌즈를 쓰고 싶은 것이라면 G2 말고도 콘탁스에서 나온 여러 MF SLR카메라를 사용하거나,
AF가 되는 N시리즈를 쓰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프레이밍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G2를 쓰는 것은 두 가지 이유일 것이다. 미러와 프리즘이
없음으로 인해서 오는 작은 부피와 무게가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요, 레트로포커스 타입의 광각이
아닌 광각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두번째의 이유가 될 것이다. 프레이밍의 정밀함과 편리함을
포기하면서 얻게 되는 이러한 장점이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G2는 추천 제 1순위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G2는 비싼 애물단지 이상의 가치가 없는 물건일 뿐이다.

RF형의 카메라는 거리계로 목표까지의 거리를 측정해서 초점을 조절한다. 일반적인 RF 카메라는
이것을 위해서 이상 합치식이라는 '이상'한 방식(?)을 사용한다. 이상 합치식 파인더 내부에는
초점영역이 있어서 이 부분은 보통 상이 2중으로 보인다. 하지만 렌즈에 있는 초점 조절레버를
돌리다 보면 어느 순간 두개의 상(이상)이 일치(합치)하는 때가 나타난다. 이때가 목표와 나와의
거리를 거리계가 정확히 읽는 지점이며, 렌즈의 초점은 현재 거리계가 노리는 거리와 같도록
연동되기 때문에 실제 렌즈의 초점도 목표에 맞게 된다. G2도 RF인지라 기본 원리는 같다.
하지만 G2는 AF를 달성하기 위해서 이 부분을 전자식으로 해결한다. G2는 각각 다른 두개의 창으로
파인더 상의 [ ] 지점을 바라봐서 그 위상각 차이를 전자적으로 계측해서 거리를 계산하는
수동(passive)방식과 실제로 적외광을 쏴서 돌아오는 광을 분석하는 능동(active)방식으로
초점을 조절한다.  


일반 RF라면 초점 조절 링이 렌즈에 있고 이미 본체의 거리계와 연동이 되는 상태이니,
본체의 거리계에서 초점이 맞게 되면 렌즈 자체의 초점 위치도 이미 정확한 위치에 있게 된다.
하지만 G2의 경우는 바디에서 초점을 전자적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렌즈에 초점 링이라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G2는 거리계와 렌즈의 초점 연동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1. 렌즈의 초점은 최초 무한대(무한대 초점위치가 기준점이 된다.)
  2. 반셔터를 눌러서 거리 정보가 나오면 그림에 보이는 드라이버 같은 것으로 렌즈 안의 구동장치를
    돌려서 초점을 맞춘다.
  3. 촬영이 끝나면 다시 기준점인 무한대로 돌아온다.

    그래서 G2는 촬영하다 보면 계속 무한대로 렌즈가 돌아가기 때문에 "찍찍~찍찍~"하는 렌즈 구동소리가
    자주 난다. 그리고 한방 찍고는 무조건 무한대로 귀환하기 때문에 샷투샷 딜레이가 크다.
    이런 점에 적응하기가 어렵다면 G2를 사용하기는 힘들다. 소리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이지만 G2는
    그리 조용한 카메라는 아니다. 티타늄 블레이드의 금속 셔터소리나 모터로 필름 감는 소리,
    그리고 이 초점 잡는 "찍찍" 소리가 꽤나 크다. 조용한 교회 같은 데서 예배 중에 찍고자 한다면 아마
    사선을 넘나드는 심정으로 촬영해야 할 것이다.
    이런 007 용도의 candid 사진 용으로는 가장 조용한 RF인 라이카가 최적이다.
    나의 경우에는 조용히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경우도 별로 없기 때문에 상관 없지만,
    이런 촬영을 자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G2는 그리 적합한 기종은 아니다.
     

     


G2는 티타늄 블레이드로 구성된 세로 주행식 포컬 플레인 셔터(Vertical Focal Plane Shutter)가
장착되어 있어서 고속 셔터가 가능하다. 최대 셔터스피드는 1/4000s (조리개 우선시에는 1/6000s)로
일반적인 사용에 충분하다. 또한 셔터막이 금속이기 때문에 천 셔터막처럼 타서 빵꾸 나는 일이 없어서
좋다. 하지만 셔터가 끊길 때의 소리는 상당히 커서 - SLR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 candid 촬영에는
조금 부적합하다. 또한 완전 전자식 셔터이기 때문에 배터리가 없으면 셔터가 끊기지 않는다. X접점은
1/200s으로 역시 실용에 지장이 없는 속도이다. 느리게는 매뉴얼로 4초까지 찍히며 자동에서는 16초까지
나온다. 그리고 B셔터가 있어서 장시간 셔터개방이 가능하다. 오토모드(조리개 우선)로 쓸 때에는
1/180s와 같은 중간 셔터속도도 나와줘서 조금 더 정확한 노출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장점이다.
아마 이러한 특징들은 전자식 고속 셔터를 가진 모든 카메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장점일 것이다.

G2는 중앙부 중점일 것 같은 측광을 한다. 애매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원래 G2의 측광 자체가
애매하다. G2의 셔터막을 들여다보면 - 물론 렌즈쪽에서 - 중간의 2장의 셔터 블레이드가 회색인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맞은편 상 하단에는 수광 소자로 여겨지는 부분이 존재한다. 아마도
포토다이오드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G2는 셔터막에서 반사되는 빛을 받아들여 측광을 하는데 이때
반사율이 높게 만들어진 중앙부의 광량이 더 크게 반영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중앙부
중점측광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부분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정확이 알기도 힘들고,
결정적으로 파인더를 들여다봐도 어디를 중점으로 측광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알아서 찍게 둬야 한다.

G2를 사용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부피가 작고 무게가 비교적 가볍다는 것이다. 물론 본체 사이즈를
놓고 보자면 콘탁스 T시리즈와 같은 정말 작은 P&S들에 비하면 크다. 실제로는 아리아급의 소형
SLR과 비슷한 크기이다. 하지만 SLR들에 비하면 결정적으로 렌즈들이 작다. 위에서 보이는 대로
바디와 16/28/45/90/35-70/TLA200플래쉬/스팟미터를 빌링햄 하틀리 프로에 다 넣고 그리 부담 없이
다닐 수 있으니 요즘 나오는 고급형 DSLR에 비하면 아주 경쾌하게 다닐 수 있다.
(이점은 대부분의 RF들이 다 그럴 것이다.) 카메라 바디 자체의 무게는 그리 가볍지않다.
바디의 무게는 배터리 제외하고 560g이니 왠만한 소형 SLR보다 약간 가벼운 정도이다.
손에 쥐었을 때 살짝 묵직한 것이 존재감을 각인 시켜 준다.
또 오른손 파지부분은 적당히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 되어 있어서 RF치고는 그립도 나쁜 편은 아니다.

이 부피와 무게의 가벼움은 35mm 카메라가 주는 가장 큰 미덕이었다.
중/대형 카메라에 비해서 휴대와 활용이 쉽기 때문에 사진사와 함께 현장에 더 밀접하게 파고들게
해주는 카메라. 그것을 목적으로 35mm 카메라가 개발 되었다.
하지만 테크놀러지가 발전하고 사진기에 첨단 기술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35mm 카메라는 커지기
시작했다. 최근의 유명한 각 카메라 회사의 (D)SLR을 보면 그 부피와 덩치가 중형카메라에 맞먹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덩치의 댓가로 수많은 편의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35mm 카메라의 본래의 목적과는
약간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 셈이다. 최근의 덩치 큰 (D)SLR은 멋진 사진을 가장 신뢰성 있고
편안하게 찍을 수 있도록 해주는 최고의 솔루션이기도 하지만, 덩치는 중형카메라 만한 것이 화질을
중형카메라보다 못한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중형과 고급 (D)SLR과의 화질차이는 논란이 있지만, 나의 경험상으로는 역시 '판형이 깡패'였었다.)

이러한 사진기의 발달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라이카 M계열 카메라이다. 이 카메라들은 35mm 포맷을
확립한 회사의 제품답게 카메라 본연의 기능 이외에 부가적인 기능, 사용자가 잘 할 수 있는 기능은
모조리 제거했다. 때문에 사용자 편의적이지도 않고, 익숙하지 않으면 필름조차 넣기 힘들다. 하지만
그 댓가로 이 카메라는 35mm 카메라가 가지는 기동성과 민첩성을 극대화 시켰다. 그 때문에 잘 숙련된
사진가 들에게 라이카 M 시리즈는 원하는 피사체에 가장 빠르고 깊숙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그렇다면 G2는? G2는 이러한 SLR의 편의성과 라이카 M계열의 신뢰성과 민첩성의 중간에 위치한다.
사용자들이 보기에 SLR의 편의장치와 M의 민첩성을 동시에 갖춘 기종일 수도 있고,
SLR보다 불편하면서 M보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카메라일 수도 있다.
G2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인 것도, G2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장터에 매물도 많은 이유도 다 이러한 중간적인 위치에 있는 G2의 특징 때문일 것이다.

콘탁스 G2를 사용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칼 자이스의 G 렌즈군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 RF에 비해서 상당히 독특한 G2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칼 자이스렌즈 때문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두 이름인 칼 자이스와 라이카.
카메라의 역사 중에서 어찌 보면 신화와 같이 전해 내려온 두 회사의 카메라와 렌즈는 아마추어와
프로를 막론하고 한번쯤 손에 쥐어보고 싶은 것들일 것이다.
하지만 라이카 카메라와 렌즈는 고가 정책때문에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G 렌즈군은 선예도, 발색, 플레어 억제력 등등의 전 분야에서 최고의 렌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능을 보이지만 가격은 G Hologon T* 8/16 렌즈를 제외하면 라이카 렌즈의
절반~1/3수준이다.
왠만한 현행 라이카 바디 가격이면 G2에 28/45/90렌즈 세트와 악세사리를 구매할 수 있는 가격적인
메리트가 G2의 또 하나의 강점이라면 강점이랄까?

이제는 칼 자이스의 또 다른 35mm 브랜드인 자이스 이콘의 M마운트 렌즈가 출시되어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독일 광학 회사인 라이카와 칼 자이스가 직접 격돌하는 명승부가 M마운트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이전부터 이 G 렌즈군을 통하여 자이스와 라이카는 간접적으로 비교되어왔다.
기백만원을 호가하는 독일 순 혈통의 라이카 렌즈에 일본에서 라이센스 받아 만드는 수십 만원대의
칼 자이스 렌즈가 동등하다고 비교한다면 라이카 유저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예전부터 말도 많았고 논쟁도 많이 벌어졌었다. 나 또한 이러한 논쟁에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지만, 나한테 묻는다면? 글쎄?

과학적인 계측 수치인 MTF와 파장별 전달도 등등만으로 렌즈를 평가할 수 있다면, 이미 렌즈의
서열은 가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통제된 실험 환경에서 동일한 조건하에 실험하고 수치를
계측하고, 순위를 매기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사진은 그러한 과학적인 장비를 통해 인간 감성을
투영하기 때문에 일정 이상이 되면 그 뒤의 평가는 과학의 범주를 벗어난다. 이 뒤로는 각자의
주관이 개입되고 논쟁이 오고 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논쟁의 궁극적인 정답은......아쉽게도 없다.

사설이 길었다. 각설하고 이 G렌즈는 칼 자이스에서 설계한 것을 일본 교세라가 라이센스 생산한
것이다. 전체적인 렌즈의 경향은 선예도와 콘트라스트가 높고 원색 발색이 뛰어난 특징을 가지고 있다. G 시스템의 렌즈는 G Hologon T*8/16, G Biogon T*2.8/21, G Biogon T*2.8/28, G Planar T*2.0/35,
G Planar T* 2.0/45, G Sonnar T* 2.8/90, G Vario-Sonnar T* 3.5-5.6/35-70이 있다.
다른 시스템들에 비하면 상당히 단촐한 렌즈군이며 렌즈마운트는 독자의 G마운트이기 때문에 저것들 이외의 다른 렌즈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물론 GA-1 어댑터를 사용해서 C/Y마운트의 콘탁스 SLR MF 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나
완전 목측식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불편하다고 하다.(나도 사용해 본적 없다.)

칼 자이스 렌즈들은 렌즈에 고유한 이름이 붙는다. 이는 렌즈의 설계방식의 이름이다.
예를 들어 G Planar T* 2.0/35와 G Planar T* 2.0/45는 초점거리는 다르지만 같은 설계방식으로
설계된 렌즈라는 것이다. 칼 자이스의 렌즈는 이 설계방식에 따라 렌즈의 특성에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같은 50mm 렌즈라고 해도 그 설계 방식이 Planar인지 Sonnar인지에 따라서 렌즈의
특성은 많은 차이가 나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있는 어떤 카메라도 모든 사람들을 전부 다 만족시킬 수 없다.
더욱이 G2는 그 특이함 때문에 보이는 단점도 만만치 않은 카메라다.
하지만 G2 특유의 경쾌하고 편리한 촬영.
내가 가는 어디든 파고들어 최고의 결과물을 내주는 카메라.
이러한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G2를 한번 잡아보라.
아마도 세상 어느 카메라보다 큰 만족감을 선사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