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힘들다..
아직까지 산행의 후유증이 가시지를 않네요.
온몸이 쑤시고 허벅지는 아직도 후끈거립니다.
지난 한달여 동안 지리산 '속살들여다보기'를 하면서 느낀것이지만,,너무 힘이 듭니다.
이번엔 김셰프님의 의견을 존중하여 국골 좌골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산행은 새벽 5시 30분에 추성리 칠선교에서 시작하였고, 오후 7시 30분에 원점에 되돌아 왔습니다.
개념도 보시면서 시작합니다.
사진속 빨간색 코스 전체를 가지는 않았습니다.
추성리 - 국골 - 국골 좌골 - 국골 사거리 - 두류능선 - 추성리 원점회귀 입니다.
국골 초입에 있는 가짜 공개바위 입니다.
여기서 잠시 헤맵니다.
05시 57분.
오늘의 이 힘든 산행을 기획한 윤이 형님.
오늘의 이 힘든 산행에 도움 주신 덕이 형님.
바위가 큽니다.
추성리에서 출발하면 공단 직원을 마주칠 염려가 없어서 좋습니다.
공개바위를 지나서 길이 희미하지만 고로쇠 파이프를 따라 올라가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계곡으로 내려옵니다.
근자에 올라간 계곡 중 가장 바위가 큰 것 같습니다.
힘듭니다..
계곡을 오를 수 없으면 잠깐 등산로로 오르다가 다시 계곡으로 내려오기를 반복합니다.
제법 너른 바위에서 아침 식사를 합니다.
메뉴는 윤이 형님이 준비하신 전어, 덕이 형님이 준비하신 김밥, 제가 준비한 라면 입니다.
라면에 닭알 두 개 풀어서 먹었습니다.
전어는 무지하게 꼬시네요.
06시 26분.
밥을 먹으니 힘이 납니다.
열심히 올라갑니다.
지난 목요일밤에 비가 제법 왔다는 정보를 여기서 가장 가까운 삼장분소에 전화해서 알아놓았습니다.
치밭목 대피소가 가장 가까운데 거긴 공단에서 외주를 준 대피소랍니다.
그래서 개도 키우고 있었군요.
첫번 째 제법 너른 소를 만났습니다.
보기만해도 시원합니다.
고도차가 그리 높지 않아서 오르기가 수월합니다.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여기도 단풍나무를 보니 가을이면 많이 이쁠 것 같습니다.
윤이 행님이 신고있는 신발이 제가 신은 신발입니다.
같이 샀는데 바위에 그냥 쫙쫙 달라붙네요.
윤이 형님은 저보고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그러시는데
그 동안 제가 신던 등산화가 바위 위에선 정말 불편해서 그런겁니다.
신발 하나 바꿨을 뿐인데 체력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입니다.
가을에 와도 괜찮겠지만, 다시 오고싶지는 않습니다.
국골도 나름대로 웅장하고 아기자기하고 멋집니다.
표정을 보니 무지하게 재밋어 보이네요.
하긴 사람들 다니는 깨끗한 등산로만 다니다가 계곡치기를 하니 재밋을 수 밖에요.
제법 큰 소도 나옵니다.
여기서 잠깐!
바위에 붙은 하얀 것들은 지의류라고 합니다.
조류(대표적인 것이 남조류, 미역, 다시마 등)와 균류(대표적인 것이 버섯, 곰팡이)의 공생 생물 입니다.
질산화물과 황산화물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절대 자랄 수 없는 지표생물 입니다.
한마디로 이 곳이 아주 깨끗하다는 뜻입니다.
이 사진은 덕이 행님께서 직접 구도를 이렇게 잡아달라고 부탁해서 찍었습니다.
저도 맘에 듭니다.
덕이 행님도 소싯적에 샤타 좀 눌러봤다네요.ㅋ
계속 오르니 계곡이 제법 넓어집니다.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제가 계곡옆 등산로로 빠져서 올라갈 때 일행을 잠시 놓쳤습니다.
형님 두 분이 안보이길래 제가 늦은 줄 알고 열나게 올라왔더니
두 분이 한참 밑에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계곡을 타는게 역시 힘들고 시간이 더 걸리는군요.
그냥 바위를 폴짝폴짝 뛰면서 올라가니 저는 더 빠른 줄 알았습니다.
빛이 좋습니다.
비가 오면 무제치기폭포로 가려고 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잠시 휴식.
웃기는 말을 하지도 않았고, 힘이 들지만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준비한 GPS 트랙을 보고가니 심리적으로 안심이 됩니다.
여기!!
국골을 오르다 해발 천고지가 넘어가면 왼쪽으로 작은 지계곡이 보입니다.
이곳으로 오르면 바로 국골사거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갈 행선지는 아닙니다.
하얀 리본이 하나 보이네요.
지난 6월에 사망자가 발생한 산사태 지점입니다.
사진상으로 느낌이 잘 오지 않는데 실제로 보면 엄청납니다.
내려오다 칠선암 스님께 들었는데,
원래는 사망자는 없었고 부상자가 있었는데
헬기가 접근하면서 헬기의 강한 바람에 쓰러진 나무가 바위를 건드려서 깔렸답니다.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우리가 올라 온 길입니다.
반대편으로 계속 올라가면 국골 우골입니다.
사진상 오른편에 올라가는 계곡이 보이는데 이곳이 좌골 입니다.
나무가 많이 쓰러져 있지만 시그널이 곳곳에 있어서 찾기는 쉽습니다.
다만 헤쳐나가는 것이 힘들 뿐입니다.
초암능선에서 국골 방향으로 산사태가 났습니다.
이제 좌골에 진입했습니다.
작은 폭포가 계속 내려옵니다.
정말 이쁩니다.
폭포수가 떨어지며 물보라를 일으킵니다.
꽃이 이쁩니다.
덕이 형님이 준비하신 자일입니다.
튼튼한게 믿음을 줍니다.
자일을 이용하니 훨씬 수월하게 계곡을 오를 수 있습니다.
뭔가 사진이 뽀샤시 합니다.
나중에 보니 카메라에 아주 차가운 계곡물이 닿아 렌즈 앞에 김이 맺혔던 것이었습니다.
계곡물은 위로 올라갈수록 더 차가워 집니다.
뽀샤시해서 더 이쁩니다.
자일을 수거하는 중.
중력을 극복한 흔적.
자일을 내려주는 순간 포착.
물이 아주 차갑습니다.
계곡을 오를 때 자일을 잡고 오르면 튀는 물방울에 손이 젖는데
너무 손이 시려워 저절로 빨리 올라집니다.
계곡을 오르느라 바지가 다 젖었네요.
국골 좌골을 오려고 한 이유가 바로 이 폭포 때문입니다.
칠선폭포에서 만난 아줌마가 보여 준 핸드폰 동영상이 여기서 찍은거더군요.
시원하게 샤워하는 영상..
윤이형님이랑 둘이서 그 영상을 보고 오자! 이렇게 된겁니다.
폭포옆에서 자라는 생물들은 생기가 넘칩니다.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사진입니다.
좌골의 기운을 받는 중..
투구를 닮았다해서 투구꽃.
계곡이 끝나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메뉴는 윤이형님이 준비한 낙지볶음.
하지만 낙지가 냉동실에 있는 바람에 채소만 볶아서 먹습니다.
대여섯 명이 앉고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돌로 식탁과 의자도 만들어 놓여져 있습니다.
밥을 먹고 능선에 오르기까지는 거의 네발로 기어가는 수준입니다.
오늘 산행 중 가장 위험했던 곳이기도 하구요.
실제로 그냥 돌이 굴러내려와서 사람이 죽기도 한답니다.
아주 위험하니 거리를 제법 많이 두고 올라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카메라도 배낭에 넣고 올라서 사진도 없습니다.
드디어 능선에 올랐습니다.
1600 고지입니다.
약간 너른터가 있고 능선 아래로 향하는 길에 아주 큰 전나무가 쓰러져 있습니다.
능선 위로 오르면 하봉이 나오구요.
우리는 능선을 내려옵니다.
길이 뚜렷해서 편할 것 같지만 아주 상그럽습니다.
앞에 보이는 능선이 초암능선.
뒤에 보이는 능선이 창암능선.
오른쪽 중단에 보이는 산이 창암산 입니다.
초암과 창암능선 사이에 칠선계곡, 제석봉골이 있습니다.
멀리 반야봉은 구름에 가렸네요.
함양 독바위와 벽송능선 입니다.
국골사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좌골에서 능선에 오른 시점에서 약 15분 정도 내려오면 국골사거리가 나옵니다.
이 지점은 지리산 동부지역 속살산행을 할 경우 아주 중요한 갈림길 입니다.
보시는 나무더미 아래가 국골에서 올라온 길입니다.
아까 사진에서 국골에서 갈라지는 길을 말씀드렸습니다.
동굴은 최마니굴을 말하는 것 같네요.
반사판으로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이 곳으로 내려가면 청이당터-독바위로 이어지는 지리산 태극종주 길이구요.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빠지면 새재쪽으로도 갈 수 있습니다.
이 곳에서 오늘 처음으로 등산객 두 분을 만났습니다.
보시는 방향으로 오르면 하봉, 천왕봉이 나옵니다.
보시는 방향이 두류능선 아래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우리가 내려 갈 두류능선 입니다.
왼쪽 큰 봉우리가 지도상으로 보니 영룡봉이고, 뒤편에 한국인의 기상이 발원된 천왕봉이 보입니다.
능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뒤에 보이는 산사태 지점이 아까보신 그 산사태 지점입니다.
하산길은 무지하게 힘들었습니다.
날은 저물어가는데 세 명 모두 자질구레한 부상을 당해서 속도를 빠르게 낼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무슨 능선길이 이렇게도 거친지..
하산길에 이렇게 힘든 길도 여럿 나옵니다.
최마니굴 보고, 현재 지리산에서 기도빨이 제일 잘 받는다는 향운대로 하산하려고 했는데
알바만 한 시간 넘게 하고 원래 능선으로 올라와서 그냥 내려옵니다.
덕이형님은 최마니굴 말만 꺼내도 목소리 커지고..ㅋㅋㅋ
맥주, 소주, 양갱 모두 다 먹고 물만 조금 남은 상태에서 걱정이 많이 됐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두류능선 타고,
시멘트길로 내려서고,
두리봉펜션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칠선암에서 물 한잔 얻어먹고,
스님께 여러 얘기도 듣고, 밥먹고 자고 가라는걸 뒤로 하고
완전히 어두워진 시멘트길로 내려왔습니다.
새신발이 완전 걸레가 되었습니다.
역시나 지리산은 등산객들을 그냥 오르게 하지 않고
그냥 내려보내지도 않습니다.
힘들고, 위험하고, 많은 시간을 헤매야
좋은 풍광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산행하면서 끝까지 웃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함께 산행하면서 끌어주고 당겨주신 윤이형님과 덕이형님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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