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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미 본지의 지난 호(2010년 3월호)에서 식물유전자네트워크 개발을 소개하면서 유전자네트워크에 대한 기본개념과 향후 농업연구에서의 가능성 등을 소개하였다. 사실 유전자네트워크는 의생명 연구 분야에서 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필자 또한 식물과 더불어 동물의 유전자네트워크의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이미 2008년도에 기초의학연구에서 매우 유용한 동물모델 중 하나인 꼬마선충( C. elegans )의 유전자네트워크를 발표한 바 있다 ( Nature Genetics 40:181). 복잡질환이란 무엇인가 인간을 괴롭히는 거의 모든 질환들은 유전적인 요인들이 작용한다. 대학 생화학 교과서에서 많이 등장하는 Sickle-cell anemia와 같은 병은 단순히 하나의 유전자의 이상으로 질환이 시작되는 전형적인 멘델리언 질환(Mendelian disease)이다. 하지만 이렇게 유전자 한둘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 인간의 질환은 현재까지 알려진 질환들 중 5% 미만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현재 복잡질환 연구 방법들과 한계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병의 원인을 먼저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유전자의 이상이 질환과 관련된 경우 우리는 질환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들을 먼저 밝혀내는 것이 가장 급선무일 것이다. 만약 이러한 원인 유전자들을 찾아낸다면 그 유전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신약이나 유전자치료를 통하여 해당 질환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멘델리언 질환의 경우 이러한 원인 유전자의 발굴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다. 사실 약 5년 전부터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GWAS(Genome-wide Association Study)라는 고속유전자타이핑(high-throughput genotyping)과 통계학을 이용한 강력한 연구방법으로 인하여 유전학자들은 복잡질환들에 관련된 유전자들을 머지않아 대부분 발굴하여 치료법 개발의 근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투자하여 얻어낸 결과는 이러한 당초의 기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복잡질환에 관련된 유전적 요인의 연구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최근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렇게 복잡질환유전학 연구를 어렵게 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유전자상호관계(genetic interaction)이다. 많은 복잡질환 관련 유전자들은 각각 단독으로 이상이 생겼을 때와 서로 복합적으로 이상이 생겼을 때 매우 다른 형질을 나타낼 수 있다. 다시 설명하자면 각 유전자들의 기능상실에 의한 형질변화정도를 1 이라고 정의했을 때 두 유전자의 동시적 기능상실에 의한 현질변화정도, 즉 1+1이 2가 아닌 5 나 10이 되기도 하며 때론 0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물학적 현상은 두 유전자가 세포내에서 기능적으로 서로 시너지 효과를 가지거나 길항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두 유전자들 간의 유전자상호작용은 유전자들의 개별적인 기능상실에 의한 형질변화의 정도들과 두유전자의 동시적 기능상실에 의한 형질변화의 정도의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비교적 쉽게 발굴될 수 있다 (즉 1+1이 2보다 크거나 적으면 유전적상호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유전자네트워크를 이용한 복잡질환 연구방법의 제시
우리의 목표는 유전자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유전자상호관계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 쌍들을 예측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수의 유전자상호관계를 발굴하는 것이다. 본 연구팀은 기존에 발굴된 유전자상호관계들이 생물경로(biological pathway)들 사이에 많이 존재한다는 기존의 관찰결과에서 아이디어를 시작하였다 (그림 참조). 생물경로는 쉽게 독립적인 생리현상들을 수행하는 기능단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리현상을 수행하는 최소 기능단위는 개별 유전자가 아닌 기능적으로 연관된 유전자들의 기능적 집합체인 생물경로이다. 우리가 개발한 유전자네트워크는 이러한 생물경로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우선 기존에 알려진 질환관련 유전자(적색)와 유전자상호작용관계(적색 점선)에 있는 조절유전자(황색)들을 조사해본 결과 이들 동일한 질환유전자에 상호작용하는 조절유전자들이 우리의 유전자네트워크에서 서로 잘 연결되어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것은 첫째, 동일 질환유전자와 상호작용하는 조절유전자들이 동일한 생물경로를 이루는 유전자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암시하며, 둘째, 현재 알려진 동일 질환유전자에 대한 조절유전자들의 유전자네트워크상 이웃 유전자(녹색)들도 또한 조절유전자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안하고 있다. 그래서 본 연구팀은 꼬마선충을 이용해 이 가설을 테스트 해보기로 하였다.
우리가 꼬마선충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꼬마선충을 이용하면 손쉽게 RNA 간섭을 이용하여 후보 유전자상호작용을 테스트 해볼 수 있다. 둘째, 꼬마선충은 인간의 질환관련 유전자와 유사한 유전자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실제 암, 당뇨와 같은 인간 질환연구에 모델 생명체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셋째,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꼬마선충 유전자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Nature Genetics 40:181 참조).
인간 유전자네트워크의 개발이 복잡질환 연구에 과연 기여할 것인가? 그렇다면 위와 같이 유전자네트워크를 이용한 예측을 통한 효과적인 질환조절 유전자 발굴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스템생물학자들은 매우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예측력이 뛰어난 유전자네트워크가 인간유전체에 대해 필요하고 꼬마선충에서와 같이 비교적 수월한 실험적 테스트 방법이 또한 필요하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기능 유전체학자, 시스템생물학자들이 이를 위해 현재 부단히 연구하고 있으므로 가까운 시일 내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될 것을 기대해 본다.
글쓴이는 한양대학교 생물학과 졸업 후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생물학 석사학위를, 텍사스주립대에서 미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동대학에서 생명정보학, 시스템생물학분야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친 뒤 현재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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