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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피.작.두™/血 2011. 4. 16. 15:21
샌델에게 한국 사회의 최대 난제라고 할 수 있는 '공교육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의 문제를 물었다. 그는 "우리에게도 익숙하고 또 어려운 딜레마"라고 말했다.

"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공립학교를 다녔습니다. 그 학교들은 학업성취도가 강했고 학급들은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나뉘었습니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같은 학교에 다님으로써 서로 어울리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준별 분반은 '학교 안의 학교'라는 효과, '격리·분리'의 효과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최고 성적 학급의 학업 경쟁은 매우 치열했습니다."

―학교 내의 학급별 차등화를 말씀하시는군요.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학생이 공존하는 학교라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교육적으로 보면,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충분히 자극받도록 하는 시스템에 대해 많은 논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삶의 많은 측면이 그렇듯, 좋은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끼리끼리만 시간을 보내고 자신과 다른 배경의 아이들과 마주치지 못하는 것은 뭔가 미흡합니다. 사회·경제적인 측면보다 성적만 보는 입학시험을 개발하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정한 도전 과제는 모든 학생들이 (학업 수준에 관계없이) 그들의 잠재력을 다 발휘하도록 하는 교육 제도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는 "대단한 해결책을 소개했으면 좋겠지만 좀 소박한 제안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제 두 아들들은 큰 공립학교에 다녔습니다. 이 학교는 다양한 인종, 국가와 경제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을 모집합니다. 이런 다양성을 기반으로, 학교는 능력에 따른 분반을 합니다. 성적에 따라 수업을 여러 버전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수준이 좀 떨어지는 학생들을 맡은 교사들에게 학교는 학급 크기를 작게 조절해줍니다. 그래야 개개인 학생들에 더 많은 관심이 돌아가니까요.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규모가 큰 반으로 묶입니다. 이 자체로 (커다란 교육문제의) 해결법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이 학생들 사이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한국도 미국처럼 소득불평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성장할수록 불평등은 더 확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득불평등은 자본주의 사회의 숙명일까요?

"어떻게 하면 이런 불평등을 해소할지 공론화해야 합니다. 엄청난 번영을 누린 후 소득불평등을 겪는 나라들은 이제야 겨우 불평등을 바로잡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과 사회적 유대·단결을 같이 가져가는 방법 말입니다. 이 시대의 가장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과제이지요."

―한국에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강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정의로운 사회는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등을 올바르게 분배합니다. 이때 누가 왜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묻다 보면 문제가 복잡해지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가 분배되는 과정이 공정하다고 가정하는 것은 실수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겁니다. 조세 시스템을 잘 가동시켜 불평등을 유발시킬 수 있는 최악의 영향들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국민 모두를 위한 교육·의료·주택 시스템에 투자를 해야 하는 겁니다. 물론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세금을 거둬 사회적 서비스에 투자할지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정의로운 기업가, 정의로운 부자가 존재한다고 보십니까.

"물론.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같은 이들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동시에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동체에 뭔가 기여해야 하고, 공익을 위해 자신이 가진 시간과 부를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미국 좌파로부터 "지독하게 보수적이다"라는 평을 듣습니다.

"내 주장의 일부는 보수적으로, 일부는 좌파적으로 비칠 겁니다. 그냥 그렇게 놔두는 거지요. (공감을 얻는 의견에 대해 좌우가 다르게 보는 것은) 우리 정치가 이제 재조직될(reorganized) 시점에 왔다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교수님의 얘기를 듣다 보면 북유럽 사회민주주의가 떠오릅니다. 그런 국가들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까.

"미국은 교육과 같은 사회적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지요. 미국의 대학교육은 세계적인 선망의 대상이지만, 고등학교 교육은 그렇지 않습니다. 열악한 학교들이 너무나 많지요. 부유한 동네에서 사는 아이들은 좋은 학교를 가지만, 가난한 동네 아이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잠재력 있는 많은 이들이 좋은 교육 서비스에 접근 자체를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지상주의를 극복하고 분배정의를 회복한다는 말은 너무 거대합니다. 우리가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공적인 토론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시장의 위치와 역할을 고민하는 사이에 공동선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이 싹틀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제 '정의' 강의도 공적 토론을 활성화하고 학생들에게 시민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일종의 훈련입니다. 다른 이의 얘기를 경청하는 법, 치열하게 논쟁하되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지요."